[드라마][감성] '매그놀리아' 필연과 과거에 얽혀 있는 상처들 영화, 본다. 쓴다,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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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에는 내용누설과 주관적인 해석이 있습니다.
 작품의 줄거리나, 결말, 반전 요소 및 작품 내용이 있으므로, 내용 누설을 원하지 않는다면
 뒤로 가기를 부탁드리겠습니다. 또한 주관적인 생각이 포함되어 있으므로,
 어디까지나 참고로 생각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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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놀리아는 융의 싱크로니시티라는 개념을 통해 3개의 도시전설을 제시하고 본편을 시작한다. 융은 일종의 의미가 있는 위의 도시전설과 같은 우연의 일치를 설명하기 위해 싱크로니시티라는 개념을 만들었다. 융은 개별적인 인과관계를 가지는 두 가지 사건이 동시에 연속적으로 발생했을 때 이 둘 사이에 어떤 연관관계도 없지만, 실제로는 우연이 아닌 인과적 법칙이 있으며 이는 인간의 마음과 현실세계의 사이에 '싱크로니시티'가 발생하면서 생겨난 것이라 말한다. 이것은 작품의 테마인 우연과 인과율을 설명하기 위한 밑작업으로 생각해볼 수 있다. 싱크로니시티를 요약하면 '모든 일에는 우연은 없으며, 있는 것은 필연뿐'이라고 생각해볼 수 있기 때문이다.
 영화는 지속적으로 '인과율'을 계속 강조한다. 인과율이란, '인과' '원인과 결과'라는 뜻을 담고 있는 '因果'라는 한자에서 법칙 률 '律'이라는 한자를 붙인 것으로, '원인과 결과의 법칙' 즉, '어떤 결과는 반드시 어떤 원인에 의해 일어난다는 뜻을 담고 있다.' 어떤 복잡하고 불합리해 보이는 일에도 그 뒷면을 차근차근 해석하고 관찰하면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과거를 잊었지만 과거는 우리를 잊지 않았다.'

 화 속의 인물들은 꽤 많다. 주요인물과 관련이 있는 인물만 하더라도 열 명은 가볍게 넘어간다. 또 각 인물들이 겪고 있는 사건들도 저마다 다르다. 하지만 이 인물들이 겪고 있는 갈등의 모습은 서로 비슷한 양상을 가지고 있으며, 최종적으로는 하나의 테마로 연결되어 있다. 군상극의 형태라고 볼 수 있겠다.  이는 영화가 시작될 때부터 오프닝 장면에서 암시되어 있었다. 감독은 지미가 바람을 피웠다는 것, 그가 시한부 인생이라는 점, 어린 퀴즈왕 스탠리의 심정, 도니 스미스의 과거와 현재등등 인물의 이야기를 마치 하나의 사슬처럼 끊지 않고 연출했다. 
 윗 대사는  지속적으로 작품 속 인물들에게 제시되는 대사다. 사람은 자신의 했던 행동에 대해 별 자극이 없는 한 그것을 잊고 지내지만, 그 행동은 과거가 되어 그 사람의 곁에 존재한다. 과거의 일은 계속 영향을 미치지만 우리는 그것이 왜 그렇게 되었는 지 이해하지 못하곤 한다. 그래서 이해할 수 없다고 말한다. 과거의 자신이 했던 일의 결과임도 모른 체. 나중이 되서야 자신이 과거에 그런 일을 저질렀다는 것을 알고 후회한다.

 
  어린 퀴즈 왕 스탠리의 모습은 과거의 퀴즈왕 도니 스미스와 비교된다. 스탠리는 도니의 과거다. 스탠리는 돈과 명예를 밝히는 아버지에게 내몰려 많은 시간을 공부하고, 기계적으로 퀴즈쇼에 임한다. 스탠리는 힘들면서도 그것이 아버지에게 도움이 된다고 생각해 노력했다.
 그렇지만, 도니 스미스는 말한다
'누가 그의 인생과 돈을 훔쳤을까요?'그의 부모님? 아버지? 어머니? 이렇게 살도록 두진 않았겠죠. 천재 소년이 어렸을 때 받은 상처는 가슴에 남아 상처가 되죠.(중략) 자기 스스로 망가진다는 말은, 만약 그의 부모가 그의 인생과 돈을 훔치지 않고 '이거 해라, 저거 해라' 하지만 않았다면…….'
 어린 천재였던 도니스미스는 이제 천재소년은 커녕 평균이하의 얼빠진 사회인이다. 그는 바에서 퀴즈쇼를 들으며 자신의 삶을 후회하고, 자신이 왜 그렇게 살아왔는지를, 왜 이렇게 살 수밖에 없는 지에 대해 괴로워한다. 그러나 도니는 왜 자신이 이런 삶을 살고 있는 지 알고 있다. 알고 있지만, 어떻게 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과거는 불변의 존재이기 때문이다.

 얼 패트리지는 막대한 부를 가지고 있지만 자신이 저지를 과거를 후회하며 아들과 여자를 보고 싶어한다. 그리고 그는 말한다. '우리는 과거를 잊었지만 과거는 우리를 잊지 않았다.'라고. 그의 아내인 린다도 같다. 린다는 돈을 노리고 늙은 얼과 결혼했지만, 뒤늦게 죽어가는 얼을 사랑하게 됨으로써 괴로워한다. 그녀는 얼이 했던 대사를 하지는 않지만, 그녀 또한 자신이 저지른 과거에 의해 지금 괴로워하게 되었다. 또 방송인 지미 게이터도 마찬가지다. 지미는 자신이 바람피운 것과, 딸, 클라우디아를 성희롱한 것에 대해 뒤늦게 후회하고 괴로워한다.  각기 다른 사건들이지만 간단하다. 구조는 같다. 그리고 한 문장으로 요약까지 된다.'우리는 과거를 잊었지만 과거는 우리를 잊지 않았다.' 이 대사로 말이다.
 감독은 '원인과 결과''과거와 현재'의 인과를 설명하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했다. 숨겨왔던 인물들의 이야기가 밝혀지면서 파편화되어 있던 각 플롯은 이어진다. 각 인물들이 퀴즈쇼를 보게 되는 장면과 노래를 한 소절 씩 부르며 흘러가는 장면은 각 인물들이 가진 괴로움을 긴밀하게 연결시킨다. 장면 안에서 누군가는 후회하고, 누군가는 용서를 구하며, 누군가는 자신의 과거에 맞선다.
 
구리 비의 장면은 영화 내내 강조되었던 '과거와 원인'을 극적으로 강조시킨다. 개구리 비가 어째서 내렸는 지 영화에는 나오지 않는다. 그 의미 또한 밝혀지지 않는다. 그러나 이는 역으로 주제를 강조시킨다. 개구리 비 또한 어떤 일에 대한 결과다. 등장인물들이 과거가 원인이 되어 결과에 현재의 상처를 가지게 된 것처럼.

  감독은 '모든 일에는 원인이 있다'는 인과율인 싱크로니시티를 이야기하며 불우한 많은 일들을 '우연'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말한다.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이 불가해한 삶의 현상들을 우연이란 이름으로 넘겨버려도 되는가? 라는 메시지를 강하게 느끼게 해준다. 사람은 살아가면서 종종 이해할 수 없는 일에 닥치곤 한다. 그리고 그것을 우연한 일이라고 어쩔 수 없는 것이었다고 생각하곤 잊어버리려고 한다. 원인이 자신이 저지른 과거에 있을 수도 있다는 생각도 하지 않고서. 감독은 등장인물의 모든 상처가 과거에 있었다는 점을 통해 모든 일을 우연이라는 것으로 끝내버리면 안된다고 말하며, 자신의 과거를 뒤돌아보고 원인을 찾으라는 메시지를 관객에게 보여준다.
 인을 해결하면 결과는 달라진다는 논리는 간단하고 논리적인 답이다.  하지만 사람은 종종 잊어버리곤 한다. 현명한 인간이라는 것은 그 원인을 모른 척하지 않고 자신의 과거에서 되짚어보며 찾는 것을 말하는 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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